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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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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수학센터는 산업의 문제를 발굴해 수학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목표 하에 지난 2015년 설립됐으며, 현재 수리과학부 등 학내 수리과학부 등의 교수진과 연구원들이 소속돼 있다. 앞으로 산업수학센터 소속 교수들과의 인터뷰를 연재할 계획이며, 오늘은 첫 순서로 산업수학센터 설립 과정을 주도했으며 이후로도 센터장을 맡아 산업수학센터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천정희 교수(수리과학부)를 만나봤다.

 

 

Q. 산업수학센터를 설립하게 된 배경에 대해 소개해달라.

A.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ICM)가 서울에서 개최되면서 수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기대가 높아졌고, 이에 발맞춰 우리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고민 끝에 수학을 활용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특히 이미 응용수학이라는 이름 하에 기존에 알려진 분야에 수학을 응용하는 대신, 기존에 수학과의 연계가 없던 산업의 문제들을 직접 발굴하고 여기에 수학을 적용하는 산업수학에 집중하는 것이 그 취지였고, 2015년 출범하게 됐다. 출범 직후 알파고가 주목을 받으면서 사회적으로 AI, 머신러닝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러한 주제들은 본질적으로 수학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Q. 산업수학센터에서 수행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A. 우리는 생물수학, 암호학 등 기존의 응용수학의 분류 체계 대신, 대수학, 해석학, 기하 및 위상수학 등 순수수학의 전통적 분류 체계를 따라 조직을 구성했다. 대수학 그룹에서는 암호학, 양자계산 등 대수학적 이론을 응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해석학 그룹에서는 머신러닝, AI, 최적화 등 전통적인 응용수학적 문제들에 집중하고 있다. 끝으로 기하 및 위상수학 그룹에서는 TDA(Topological Data Analysis)와 같은 데이터를 위상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수학 그룹에서는 암호화된 상태에서 복호화를 하지 않고도 연산을 할 수 있는 동형암호 기술을 주로 연구하고 있는데, 특히 세계 최초로 암호화된 상태로 근사 연산치를 제공하는 동형암호인 HEAAN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는 머신러닝 등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본인의 동선을 노출하지 않고 암호화된 상태에서 제공함으로써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했으며, 경기도 및 서울대와 협약을 체결해 실제로 곧 출시할 계획이다. 해석학 그룹에서도 고유이 알고리즘을 개발해 이를 의료 분야나 머신러닝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에 활용하고 있으며, 기하 및 위상수학의 연구 역시 2차원의 CCTV 영상을 바탕으로 과속 여부를 보험사가 판단하는 데에 응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각 그룹의 연구들을 접목시킨 여러 문제들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PPDA(Privacy Preserving Data Analysis)가 주요 관심사다. 개인정보의 중요성이 날로 대두되면서 데이터를 활용할 때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이 주요한 문제가 되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이 바로 PPDA. 이 분야에서는 우리가 특별히 전 세계적으로도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Q. 최근 서울대에서 선정한 10-10 사업에 선정됐다고 알고 있다. 이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달라.

A. 10-10 사업은 오세정 총장의 공약으로서, 앞으로 10년 내에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에 이를 수 있는 서울대 소속 연구자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우리는 PPDA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선정됐는데. 노벨상 수상자 등의 석학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도 PPDA에 관한 우리 연구진들의 역량과 선도적 위치를 인정해준 것이다. 우리는 산업수학센터를 통해 세계적으로 PPDA 분야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해당 주제를 다루는 대학의 학과나 학회가 아직 없을 만큼 신생 분야인데, 그 가운데 우리 연구진이 굉장히 앞서 있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관련 학자들이 모여 교류하는 장을 만드는 등 해당 분야에서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

 

 

Q. 끝으로 수학을 연구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나 역시 박사과정을 밟을 때까지는 순수수학(정수론)을 전공한 입장에서, 처음엔 수학을 응용한다는 것이 다소 번잡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내가 전공한 타원곡선과 관계된 암호론의 문제를 푸는 과정에 기여하게 됐고, 기존의 순수수학적 연구 과정에서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를 발견해 풀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전통적인 연구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연구되어온 흐름 속에서 문제를 찾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지엽적이고 단계적인 문제를 천착할 수밖에 없다. 반면 수학의 틀 바깥에서 수학을 활용할 수 있는 문제들을 찾는다면 굉장히 새롭고 재미있는 문제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상대적으로 큰 성과를 낼 가능성도 크다. 다시 말하자면 응용수학은 단지 수학을 응용해 다른 분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 외에,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문제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유의미한 연구 주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후배들이 순수수학의 틀 안에만 머무르기보다는,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는지 관심을 갖고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이를 통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뿌듯함은 덤이다.

 

 

특히 과거에는 그러한 응용수학에 대한 흥미가 있더라도 수학 전공자 입장에서 문제를 이해하기도 어려운데다 연구할 수 있는 문제도 한정적이었던 반면, 현재는 산업수학센터와 같이 중간에서 매개해줄 수 있는 기관도 많아졌고 수학적 접근에 관심이 많은 산업체도 늘어났다. 그러한 점에서 후배들에게 산업수학에 대해 관심을 갖기를 추천하며, 우리 역시 연구자들이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주춧돌의 역할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응용수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인 가우스상(Gauss prize)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학생기자 이용진(수리과학부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