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학문적 방향성을 갖는 학자들의 모임을 ‘학파’라는 표현으로 칭하지만 수학 분야에서는 흔하지 않고 개별 연구자들의 우수성이 관건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특정 학과 또는 연구소가 상당 기간 동안 글로벌 연구 흐름을 주도하는 경우도 있는데, 괴팅겐 학파를 그런 예로 들수 있다.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서 활동했던 가우스, 디리클레, 리만, 클라인, 민코프스키, 힐베르트, 쿠란트, 뇌더, 바일의 면면을 보면, 근대 수학의 향방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학파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펠릭스 클라인이 수학과 학과장이던 20세기 초의 괴팅겐에서는 ‘공기조차도 수학적 흥분으로 넘쳐흘렀다’고 전해진다. 나치 독일의 등장으로 아인슈타인, 바일, 폰 노이만, 괴델 같은 대과학자들이 새로 집결하게 된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의 성공은, 짧은 기간에 글로벌 연구의 중심을 구축하는 게 가능하다는 실마리를 준다.

연구 분야가 세분화하고 전문화되는 경향이 가속화되는 21세기에, 큰 흐름을 갖는 학과 또는 연구소의 구축이 여전히 가능할까. 수학의 산업적 응용이 새로운 동력을 갖고 커가는 시대에, 깊이있는 이론 연구와 실제 응용의 균형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으로 국내 젊은 수학자들의 자신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시기에, 제 2의 허준이가 탄생하기 위한 토양은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